“집은 무조건 남향이어야지!”
대한민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 말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그런데, 제주도에선 다릅니다.
남향보다 동향, 북동향, 혹은 풍향을 고려한 배치를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제주에 정착한 육지출신인 외지인이 다른 문화를 접하며 신기하게 생각되는 부분에 대하여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환경 지킴이로 활동하며
제주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지인에게 물었고 대답을 들으며 제주 도민들의 지혜에 대하여 배웁니다.
왜 제주 사람들은 남향 집을 고집하지 않는지 쉽게 설명드릴게요.
🌬️ 1. 바람의 섬, 제주 — 방향보다 ‘바람’이 더 중요하다
제주도는 바람이 강한 섬입니다.
특히 겨울에는 북서풍이 강하게 불고,
여름에는 남동쪽에서 습한 해풍이 몰아칩니다.
📌 그래서 중요한 건 ‘햇빛’이 아니라 ‘바람 차단’
- 남향 집은 겨울엔 햇살을 잘 받지만,
제주에선 그보다도 찬바람을 어떻게 피할지가 더 시급한 문제입니다. - 예전 제주 가옥들은 바람을 막기 위해 담을 높이 쌓거나,
집 방향을 **서풍을 등지는 구조(북동향이나 동향)**로 짓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 즉, 바람길을 고려한 집 방향 설정이 제주 건축의 핵심입니다.
🌿 2. 제주 전통 가옥의 지혜 — 방향보다 ‘지형’이 먼저다
제주는 화산섬이라 기복이 많은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남향으로 앉히고 싶어도 지형 자체가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전통 제주 주택을 보면?
- 자연 지형을 존중하여 건축함
- 햇빛보다 바람의 길, 지형의 흐름을 따라 집을 앉힘
- 현무암 돌담(정주석)과 바람을 흘려보내는 구조를 갖춤
👉 그래서 남향보다 **‘땅에 어울리는 방향’**이 우선입니다.
🌧️ 3. 날씨의 특수성 — 습도와 비, 곰팡이 방지를 위한 설계
제주는 연평균 강수량이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남향의 햇살도 좋지만, 습기를 배출하지 못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어요.
- 남향이라 해가 많이 들어도,
창 방향이 직접 바람을 맞지 않으면 환기가 안 됨 - 제주에서는 습기를 빠르게 빼낼 수 있는 방향,
즉 바람길과 채광을 모두 고려한 복합적인 방향 설정이 필요합니다.
🧭 그래서 제주에서는 어떤 방향이 좋을까?
고지대, 바람이 강한 지역 | 북동향 또는 동향 | 서풍 차단 + 아침 햇살 확보 |
바닷가 저지대 | 남동향 또는 동남향 | 해풍 유입 최소화 + 채광 |
산자락 지형 | 지형을 따름 | 땅의 흐름에 따라 배수·풍향 최적화 |
👉 결론적으로, 제주도에서는 남향보다 “지역 특성에 맞는 방향”이 훨씬 중요합니다.
📍 실전: 제주에서 집 지을 때 방향보다 중요한 3가지
1. 풍향(바람 방향) 분석
→ 위치에 따라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 달라요.
풍향에 맞춰 창문, 현관, 마당의 방향을 잡는 게 핵심입니다.
2. 지형 순응형 배치
→ 땅이 경사진 방향, 배수 상태, 지질 등을 먼저 보고
무리한 설계보다 ‘땅에 순응하는 배치’가 필요합니다.
3. 환기와 배수 구조
→ 고온다습한 제주에서는 ‘햇살보다 바람’이 곰팡이를 막는 열쇠입니다.
방향은 이 환기 구조와 함께 고려되어야 하죠.
🌺 제주 건축의 철학 —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제주는 자연과의 조화가 살아 있는 땅입니다.
전통 가옥부터 현대 건축까지,
가장 아름다운 집은 자연의 힘을 잘 받아들이는 집이에요.
남향이 ‘정답’이 아니라,
그 땅, 그 풍향, 그 마을에 맞는 방향이 정답입니다.
✅ 마무리: 방향보다 ‘제주의 숨결’을 읽는 게 중요하다
제주에서 집을 짓는다는 건,
햇빛을 쫓는 게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제 여러분도 알게 되셨죠?
“제주에서는 무조건 남향”이라는 공식은,
이 땅에선 통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제주의 땅과 바람, 습기와 지형, 그리고 삶의 리듬에 어울리는 집을 짓는 것입니다.